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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경제'도 모자라 '룸살롱 경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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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종훈 기자]

기획재정부에서 현재 건당 50만원의 접대비 한도를 100만원으로 늘리고, 이름도 접대비에서
대외업무협력비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뻘짓'도 이런 뻘짓이 없다.

룸싸롱에 사람이 붐비면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이젠 '삽질 경제'도 모자라
'룸살롱 경제'까지 도입할 속셈인지. 언론에서는 50만원이 건당 '접대비 한도'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이건 틀린 단어이다.

'접대비 한도'라 함은 기준 금액을 넘길 경우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현행 세법은 건당 50만 원을 초과하여 지출하더라도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한 것임을
입증하면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그리고, 업무와 관련한 지출임을 입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접대한 사람과 접대 받은 사람의 인적사항, 접대 목적을 주어진 양식에 기재하면 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건당 50만 원은 '접대비 한도'가 아니라 '업무관련성입증 기준'에 불과한 것이고
'접대비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구는 결국 접대 자리에 있던 사람을 밝혀야 하는
'껄끄러움'을 없애 달라는 요구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껄끄러움이 없다면 업무를 핑계로 회사 카드를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을 테니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볼 때, 우리나라처럼 접대비에 대하여 관대한 세법은 없다.

미국의 경우는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매 건당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고도 지출액의 50%만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일본과 영국은 기본적으로 접대비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독일의 경우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경우 지출액의 70%를 인정하고 있다.

불경기에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낭비성 경비를 줄여야 하고, 접대비는 낭비성 경비의
대표적인 항목이다. 내가 아는 어느 회사는 접대비 통제를 통한 경비절약으로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사실, 회사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고위 간부가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었는지,
접대를 핑계로 본인이 즐긴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할 경우가 많다. 만약, 접대비 지출액의 상당 부분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면 그 회사에 도덕적 해이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부하직원을 감독해야 할 고위 간부 스스로가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니
경비통제에 허술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회사 전체적으로 필요 없는 경비지출이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간파한 그 회사의 대표가 감사를 통하여 매주 접대비 내역을 정리하여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접대비 지출액이 30~40% 가량 줄어들었으며, 회사의 다른 경비도 덩달아
20% 이상 줄어들었다.

그동안 방만하게 지출되었던 접대비를 통제하자, 회사 내에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생기게 되었고
그 결과 다른 경비의 절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환위기로 인해 비록 매출액은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매출액 이상으로 경비가 절감되어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정부가 내수를 진작시킬 목적에서 접대비 확대 정책을 편 것이라면
이는 틀려도 한참 틀린 정책이다.

오히려 접대비 같은 낭비성 경비를 줄이고, 대신 근로자의 인건비를 유지 또는 확대시키도록
유도해야 내수에 도움이 된다.
접대비를 늘려 보았자 상위 1% 또는 철밥통 들의 밤 문화만 즐거워질 따름이다.

또한, 이름도 접대비에서 대외업무협력비로 바꾼다고 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나?

낭비성 경비를 줄여야 할 불황기에 낭비성 경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는 지금의 경제팀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소방수를 보는 심정일 것이다.

주가가 50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미네르바의 예언이 아무래도 현실이 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 최종수정일 : 2008.11.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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