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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해지는 공권력, 그들은 양날의 칼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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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해지는 공권력, 그들은 양날의 칼을 갈고 있다

[이근 칼럼] '지지율 30%' 정부서 임기말 현상이 쏟아지는 까닭


이명박 정부의 선택: 하드 파워(hard power)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30%대를 고점으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특별히 나아지지 않는 한 40%를 뚫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이 부유층, 특권층, 기득권층 등 소수만을 위한 과거 회귀형 정책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의 덕이다. 또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힘이 이제는 1970~80년대와 달리 정부 쪽 보다는 민간 쪽이 훨씬 우월하기 때문이다.
민간에는 모든 분야에서 수많은 미네르바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명박 정부 및 집권세력의 선택은 분명하다. 어차피 5년간의 통치는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확보됐으니
5년 동안 30% 정도인 지지기반을 중심으로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책에 나머지 국민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국민을 강제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조셉 나이(Joseph Nye)는 '강제력'을 의미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힘인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구분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소프트 파워를 포기하고 하드 파워를 선택한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소프트 파워를 잘못 선택하게 되면 자신의 지지기반이 붕괴되거나, 뭐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 한 채
반대세력에게 끌려 다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선 승리의 정당성마저도 잃을지 모른다. 그래서 남은 4년 동안 하드 파워로 가기로 한 것이다.

'지지율 30%' 하드 파워 정부의 내적 모순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지지율 30%대의 하드 파워 정부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내부 경쟁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바로 정부의 하드 파워 증진을 위한 내부 충성심 경쟁이다.

30%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 관(官)에 있는 사람들은 최고 인사권자, 최고 권력자에게 누가 하드 파워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드느냐를
보여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왜냐하면 남은 임기 4년 동안 하드 파워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최고 권력자에게 사랑을 받는 일이 없을 터이고, 그래서 남은 임기 중 그만큼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30% 내의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하드 파워를 사용하는데 도움을 주어 이권을 챙기거나, 아니면 증강된 하드 파워를 통해
이권을 챙기고자 할 것이다. 다양한 로비나, 언론에서 유포되는 궤변과 같은 담론들이 하드 파워를 향하거나 정당화해 줄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를 무색하게 한 촛불집회 강경 진압, 촛불 재판의 인위적인 배당, 무수한 의혹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터져 나온
용산 철거민 사태에 대한 무리하고 성급한 진압, 정부를 비판했다고 정부 관리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MBC <PD수첩> PD 체포,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 미네르바의 구속, 전 정권을 겨냥했지만 몸통이 어디까지 갈지 너무나도 궁금한 박연차 리스트 수사,
체포 이후 도착한 출석요구서 불응 YTN 노조위원장 체포, 정부 여당에 불리한 언론 보도에 대한 무수한 징계 및 경고, 인권위원회 축소,
국방부의 불온서적 파문 등 정부의 하드 파워를 증진을 위한 관 내부의 충성 경쟁에서 터져 나오는 사건들은 1년밖에 안 된 정부치고
너무나도 많다.



 



▲ 상대방을 치기 위해 날을 세우지만, 다른 한 쪽의 날은 자신을 향해 돌아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양다리 비리'가 터지고 있는 것은 그같은 원리 때문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3일 대검찰청에서
검찰관계자들과 함께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러한 하드 파워 증진을 위한 내부의 경쟁은 구조적으로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치기 위해 날을 세우지만
다른 한쪽의 날은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말 그대로 권력을 쫒아 다니기 때문이다. 이전 권력이나 현 권력이나 양쪽 모두가 다 권력이기 때문에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이권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든 권력에 줄을 댈 터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미 이러한 '양다리 비리'가 몇 건 터져 나왔다.

또한 무리한 하드 파워 증진을 위한 내부의 경쟁은 경쟁자간 내부 비리 폭로라는 부정적 경쟁을 가져오기도 한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밖으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무리한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폭로할 거리도 많이 생겨나는 법이다.
그리고 무리를 하게 되면 사고도 많아진다.

이러한 경쟁에서 생겨난 스캔들은 정보화된 한국 사회에서 통제를 벗어나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소문으로, 리스트로, 폭로로,
시민 감시단에 의해 순식간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 국민의 알 권리를 통제하고자 하면 오히려 더욱 악성 소문에 의해
부정적 이미지만 증폭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다시 하드 파워로 대응하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저쪽을 치기 위한 경쟁이 함께 죽는 경쟁이 되고, 그 와중에 한쪽으로만 공권력의 날이 세워지면 편파 수사라는 정당성의 추락이 생겨난다. 한편 지금은 가려져 있지만 자신들의 약점은 수사 담당자들에 의해 보관되면서 정권 말기에 더욱 강력한 칼날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만
커진다.

민감한 정보를 보관하는 수사기관의 권력

정리해 보자. 지지율 30%대의 정부가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통치의 수단은 강압적인 하드 파워가 될 것이고, 임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권력층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자리나 이권을 위해 하드 파워를 증진시키는 충성 경쟁을 하게 된다.

하드 파워를 증진시키면 무리하게 상대를 눌러버리거나 아니면 먼지 털 듯 상대를 뒤지게 된다. 무리하게 상대를 눌러버리면
불상사와 반발이 생겨나고, 그래서 터져 나온 문제들이 정보화된 한국에서 순식간에 알려진다. 먼지 털 듯 상대를 뒤지게 되면 그 먼지가
자신들에게도 뿌려지는 것이다. 이권을 노리는 로비는 이념과 상관없이 항상 권력만을 쫒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리해지면 다시
하드 파워를 사용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번 정부는 불행하게도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스캔들이 터지는 정부가 될 듯하다.
정보화된 사회에서 30% 하드 파워 정부가 가진 스스로의 모순 때문이다.

비리가 있으면 물론 캐야 한다. 하지만 편파적이고 공정성에 의문을 남기게 되면 강해지는 것은 수사기관뿐이다.
이들이 통치세력에게 불리한 많은 정보와 증거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무덤까지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 갈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강해지기만 하는 수사기관을 나중에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정부에서 벌써 정권 말기의
현상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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